클라이언트가 원했던 '회전 목마', 이제는 'AI 챗봇'이 된 사연

클라이언트가 원했던 '회전 목마', 이제는 'AI 챗봇'이 된 사연

“저쪽 경쟁사 웹사이트 좀 보세요. 똑같은 거 있잖아요.” 회의 중에 클라이언트가 휴대폰을 꺼내 보여주며 이렇게 말하는 장면, 어디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몇 년 전만 해도 그 ‘똑같은 것’은 웹사이트 하단 우측 코너에서 깜빡이던 ‘회전 목마(carousel)’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요? 네, 바로 AI 챗봇이죠. 대체 왜 이런 유행이 반복되는 걸까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우리의 웹사이트와 비즈니스가 어떤 심리로 이런 변화를 쫓고 있는지, 그 이면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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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ina Rad on Unsplash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유행처럼 번져가는 '필수 요소'들

정말이지, 웹사이트에 ‘무언가’를 추가해야 한다는 압박은 끊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때는 빼곡한 이미지와 텍스트가 자동으로 넘어가던 회전 목마가 필수였습니다. 수십 개도 넘게 만들어봤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방문자들이 그걸 얼마나 유심히 봤을까요? 대부분은 1초 만에 스크롤해서 넘겨버리고 전화번호를 찾기 바빴죠. 그렇게 회전 목마는 조용히 유행이 지났습니다. 누가 ‘회전 목마는 이제 구식이야!’라고 선언한 것도 아니고요. 그냥 새로운 것이 나타났을 뿐입니다.

다음으로는 쿠키 동의 배너가 등장했습니다. 실제로는 쿠키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웹사이트에도 이런 배너가 붙기 시작했죠. 심지어 구글 태그 매니저(GTM) 설치를 요구하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한 클라이언트의 경우, GTM을 설치하고 1년 반이 지나도록 한 번도 트래픽 통계를 확인하지 않았고, 심지어 로그인 정보도 잊어버렸다고 하더군요. 이게 과연 필요한 일이었을까요?

A shoot I did For Kudo Marketing
Photo by Amina Atar on Unsplash

"근데 우리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AI 챗봇의 시대

그리고 지금, 모든 클라이언트가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AI 챗봇입니다. 클라이언트와 대화를 나눌 때, 저는 이제 간단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궁금해서요. “혹시 다른 웹사이트 방문하실 때 챗봇을 직접 사용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잠시의 침묵 후 웃음과 함께 “아니요, 오히려 바로 닫아버리죠. 귀찮아요.”입니다. 심지어 질문과 전혀 관련 없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는 경우도 태반이라고 하더군요. 어떤 클라이언트는 경쟁사 챗봇이 몇 달 동안이나 잘못된 영업시간 정보를 자신 있게 알려줬다고 웃으며 이야기했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해프닝이었죠.

하지만 그런 경험에도 불구하고, 클라이언트의 다음 말은 늘 같습니다. “그래도… 저희도 있어야 하는 거겠죠?” 이 순간이 참 흥미로우면서도 동시에 지치게 만드는 지점입니다. 이건 사실상 ‘실용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챗봇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요. 오히려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나만 빼놓고 다 하는 것 같다’는 그런 불안감의 표현에 가깝죠.

2026년, AI 챗봇 없는 웹사이트는 마치 무언가 빠진 듯, 혹은 미완성인 것처럼 느껴질 위험이 있습니다. 방문자 대부분이 3초 만에 닫아버릴지도 모르는, 반쯤 망가진 위젯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말이죠. 챗봇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일종의 ‘사회적 신호’가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는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잘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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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Erik Mclean on Unsplash

‘단순함’이 주는 진짜 가치, 그리고 숨겨진 어려움

저는 때때로 반대되는 접근 방식을 시도합니다. 클라이언트가 챗봇 이야기를 꺼내면, 저는 몇몇 ‘스몰 웹(smolweb)’ 사이트를 열어 보여줍니다. 빠르고, 미니멀하고, 읽기 쉽고, 차분한 사이트들이죠. 팝업도 없고, 깜빡이는 코너도 없습니다. 그냥 콘텐츠가 명확하고 즉각적으로 전달될 뿐입니다. 그러면 클라이언트들의 눈빛이 달라집니다. “와, 이거 로딩 진짜 빠르네요.” “가독성이 좋네요.” “이런 느낌 마음에 들어요.” 진심으로 감탄하는 반응입니다.

그리고는 이런 사이트를 원하느냐고 물으면, 어김없이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음… 근데 좀 너무 단순해 보이는데요?” ‘단순하다’는 단어는 제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단어입니다. 그리고 저는 깨달았습니다. 클라이언트가 ‘단순하다’고 말할 때, 그것은 ‘사용하기 쉽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요. 그것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찬 표현이라는 것을요.

솔직히 말해, 제대로 단순하고 즉각적으로 로딩되며 필요한 말만 하는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이, 챗봇을 덧붙이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절제’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죠. 그저 챗봇을 설치하는 것이 훨씬 쉬워 보이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여기서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클라이언트에게 ‘스몰 웹’의 가치를 설득하는 팁을 잔뜩 나열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까요. 사실, 이런 압박감은 클라이언트로부터 오는 것만도 아닙니다. 웹사이트 자체, 지난 10년간 쌓여온 거대한 페이지들, 사용자 경험을 해치는 기만적인 디자인 패턴들,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져 온 ‘기능 경쟁’이 ‘제대로 된 웹사이트’의 기준을 바꿔놓았습니다. 클라이언트들은 그저 주변의 변화를 읽고 있을 뿐입니다. 그들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이런 변화는 의사 결정자가 아닌, ‘사용자’로부터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충분한 사람들이 ‘빠르고 차분한 웹사이트’가 사용하기 훨씬 편했다는 것을 깨닫는 날이 올 것입니다. 처음 왔던 목적을 달성하기 쉬웠다는 것, 무엇을 읽기 전에 세 가지를 닫아야 하지 않았다는 것 말입니다. 우리는 씨앗을 심고 기다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지금 당장은, 챗봇이 당신의 클라이언트 웹사이트 구석에서 조용히 깜빡이고 있을 겁니다. 영업시간도, 가격도, 제대로 알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존재하죠. 마치 다른 모든 웹사이트처럼 말입니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 이야기가 당신의 공감을 얻었다면, 댓글로 당신의 경험을 공유해주세요.

원문 참고: https://adele.pages.casa/md/blog/all-my-clients-wanted-a-carousel-now-it-s-an-ai-chatbot.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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