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왜 임원은 좋아하는데 현장 담당자는 싫어할까?
최근 AI 기술이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면서 직장에서도 AI 도입 바람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의 중추를 담당하는 임원진들은 AI의 잠재력에 열광하며 적극적인 도입을 독려하고 있죠.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AI와 가장 가까이 일해야 하는 실무 담당자들(Individual Contributors, ICs)의 반응은 사뭇 다릅니다. 오히려 AI 사용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심지어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대체 왜 이런 극명한 온도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요? 오늘은 이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 합니다. 단순히 기술에 대한 이해도 차이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다른 이유가 숨어있는 걸까요?
모두가 'AI'를 외칠 때, 누군가는 '왜?'라고 묻는 이유
AI 열풍 속에서 임원진과 실무 담당자 간의 AI 인식 차이는 이제 뉴스 댓글이나 사내 메신저 대화에서도 쉽게 발견될 정도입니다. 마치 'AI 사용 의무화'와 같은 경영진의 발표가 내려오면, 현장에서는 "이게 정말 우리 업무에 도움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드는 식이죠. 마치 획일화된 축구 전술을 강요받는 선수와, 그 전술을 설계하고 팀 전체의 움직임을 조율하는 감독의 입장 차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간극은 단순히 기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 이상의, 각자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성과 평가 방식에서 비롯되는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임원진은 왜 AI를 그렇게 좋아하고, 실무 담당자들은 왜 망설이는 걸까요? 그 핵심에는 '예측 불가능성'을 다루는 방식의 차이가 있습니다.
임원의 세계: 예측 불가능성과의 끊임없는 싸움
먼저 경영진의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임원들은 늘 '비결정적(non-deterministic)'인 요소들을 다루는 데 익숙합니다. 사실, 조직을 이끄는 일 자체가 수많은 예측 불가능성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갑작스러운 직원의 병가, 프로젝트 막바지에 터져 나오는 예상치 못한 문제, 예상과 다른 고객의 반응, 혹은 제품과 조화롭지 않지만 기술적으로는 목표를 달성하는 기능 구현 등. 이 모든 것이 조직 운영에 있어 비결정성의 일부입니다. 마치 날씨 변화 예측처럼, 우리는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고 사람들의 동기를 부여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수학의 혼돈 이론(Chaos Theory)을 빌려오자면, 각기 다른 입력값과 효용 함수를 가진 개별 행위자들이 시스템 내에서 상호작용할 때 비선형적이고 혼돈스러운 시스템이 나타납니다. 관리자의 역할은 이러한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세상에 대한 모델을 만들고, 모든 구성원의 효용 함수를 일치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복잡성을 관리해 본 경험이 있는 임원들에게 AI는 어떻게 다가올까요? AI는 비록 특정 결과는 예측할 수 없지만, 잘 통제되는 혼돈 시스템과 유사한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LLM은 시간이나 난이도, 정보의 양에 상관없이 꾸준히 작업을 수행하고 결과물을 내놓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AI의 오류 모드는 비교적 명확하게 정의되는 편입니다. 환각(hallucination) 현상, 컨텍스트 외부에서의 작동 불가, 정보 부족 시의 낮은 성능 등이 그것이죠. 이러한 특성들은 인간으로 이루어진 거대 시스템보다 훨씬 더 결정적(deterministic)인 측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조직에 프로세스와 구조를 통해 결정성을 더하려는 노력을 해온 임원들에게 AI는 매우 매력적인 도구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AI는 마치 잘 훈련된 '보조 조종사'처럼,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일정한 패턴으로 작동하며 안정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줍니다.
실무 담당자의 세계: 정확성과 효율성의 딜레마
반면, 개인 실무 담당자(IC)들은 대체로 특정 입력과 결과가 명확한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들의 업무는 '정확성'과 '속도'로 평가받기 쉬우며,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는지가 직무 역량의 핵심이 됩니다. 물론 경력이 쌓이고 역할을 확장해 나가면(예: 스태프 엔지니어) 모호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이 주어지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IC에게는 비교적 명확하게 정의된 업무 환경이 주어집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실제 업무 현장에서 IC들은 불명확한 요구사항, 불안정한 시스템, 잦은 우선순위 변경 등 다양한 비결정성에 직면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결정성 속에서도, 이들을 평가하는 방식은 오히려 '결정성'을 추구하도록 만듭니다. 즉, IC의 가치는 꾸준하고 정확한 결과물을 내는 데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드의 정확성, 분석의 정밀함, 엄격한 검토를 견뎌내는 설계 등이 이에 해당하죠. 더 결정적인 결과물을 낼수록 더 나은 성과를 냈다고 평가받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AI가 등장하면 어떻게 될까요? AI는 바로 이 IC들의 '결정적인' 영역에 비결정성을 도입합니다. IC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AI 사용에 회의적일 수 있습니다. 첫째, AI가 자신의 업무를 '그저 그런' 수준으로 대체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정 작업에 숙련된 전문가는 복잡한 시스템 연동이나 깊은 도메인 지식이 필요한 업무에서 LLM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AI의 '어설픈' 결과물을 수정하고 바로잡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이 차라리 직접 하는 것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것이죠. 둘째, AI는 '업무의 본질' 자체를 바꿀 수 있습니다. 직접 일을 수행하는 것에서 AI라는 도구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역할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이는 문제 해결 능력, 정밀함,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과 같은 기존에 쌓아온 기술과는 다른 역량을 요구하며, 이러한 변화는 IC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셋째, 이는 '자존감'과도 연결됩니다. 대부분의 성인은 깨어있는 시간의 상당 부분을 일에 할애합니다. AI가 모두를 더 생산적으로 만들 것이라는 경영진의 이야기가 IC들에게는 '내가 해왔던 일들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 아닌가' 혹은 '더 이상 내가 필요 없어지는 것 아닌가'와 같은 불안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즉, AI가 '나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거나 '나의 가치'를 축소시키는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AI, '성능 향상 도구'인가 '대체재'인가?
결국 임원진과 실무 담당자 간의 AI 인식 차이는, 각자가 AI를 바라보는 '관점'과 '기대치'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임원진은 AI를 조직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고 예측 불가능한 외부 환경 변화에 더 잘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도구'로 인식합니다. AI의 잠재력을 통해 더 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며, 궁극적으로는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죠. 마치 복잡한 항해에서 정확한 해도와 나침반을 얻는 것과 같습니다.
반면, 실무 담당자들은 AI를 자신의 '핵심 역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인 도구' 혹은 '잠재적 위협'으로 받아들입니다. AI가 자신의 업무를 얼마나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 수 있는지, 혹은 자신의 전문성을 어떻게 대체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죠. 자신의 업무 영역에 AI가 투입되었을 때, 그것이 '나를 돕는 도구'인지, 아니면 '나를 대체하는 존재'인지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만약 AI가 단순히 기존 업무를 약간 더 편리하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 IC가 가진 전문성과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면, 왜 굳이 반가운 마음으로 AI를 받아들여야 할까요? 오히려 AI의 도입은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재정의하고, IC들의 새로운 역량 개발을 요구하며, 때로는 불필요한 업무 부담을 가중시킬 수도 있습니다.
AI 통합, '함께'가 아니라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면, AI 도입은 피상적인 구호에 그치거나 오히려 조직 내부에 새로운 갈등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임원진의 적극적인 지원과 비전 제시도 중요하지만,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실무 담당자들이 AI를 '나의 일'을 돕는 긍정적인 파트너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고려해 볼 점들이 있습니다. 첫째, AI 도입 시 실무 담당자들이 겪을 수 있는 잠재적 어려움과 변화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교육이 필요합니다. AI가 '어떻게' 나의 업무를 돕는지, 그리고 AI 활용을 통해 '어떤' 새로운 역량을 기를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둘째, AI 도입으로 인해 업무 프로세스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새로운 역할'에 대한 기대치는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단순히 'AI를 써라'는 지시가 아니라, 'AI를 활용해 이렇게 업무를 개선하자'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셋째, AI가 단순한 '효율성 증대 도구'를 넘어, 실무 담당자들의 '전문성 강화'와 '경력 개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보여주어야 합니다. AI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더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적으로, AI는 분명 놀라운 잠재력을 가진 기술입니다. 하지만 그 잠재력이 조직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의 우수성을 넘어 '사람'과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임원진의 비전과 실무 담당자들의 현장 경험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비로소 AI는 모든 구성원에게 환영받는 진정한 '성능 향상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AI의 성공적인 도입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과 '이해'의 문제입니다.
원문 참고: https://johnjwang.com/post/2026/03/27/why-are-executives-enabled-with-ai-but-ics-ar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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