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상연구 분류 체계
임상연구는 단순히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라고 해서 하나의 형태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질문이 무엇이냐에 따라, 연구자가 개입하느냐에 따라, 시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연구 설계는 다양하게 분류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임상연구를 이해하려면, 그 분류 체계부터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임상연구의 분류는 마치 건축설계도와도 같습니다. 어떤 질문을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지 정해주는 근간이죠.
1. 개입 여부: 실험연구와 관찰연구
임상연구를 가장 먼저 나누는 기준은 연구자가 개입하느냐, 개입하지 않느냐입니다.
연구자가 특정 약을 주거나 치료를 하고 그 결과를 지켜본다면 그것은 실험연구이고,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만 한다면 그것은 관찰연구입니다.
예를 들어 신약 A를 고혈압 환자에게 투여하고 혈압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보는 연구는 실험연구입니다.
반면,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률을 오랜 시간 추적하는 연구는 관찰연구에 해당합니다.
2. 시간의 흐름: 전향적, 후향적, 단면적
두 번째 분류 기준은 시간입니다.
연구가 과거로 향하는지, 미래를 향하는지, 아니면 현재의 한 시점에 머무르는지에 따라 연구 설계가 달라집니다.
전향적 연구는 오늘부터 연구를 시작해서 미래로 나아가며, 시간이 지나면서 질병이나 사건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추적합니다.
후향적 연구는 과거의 기록을 살펴보며, 이미 일어난 결과에 대해 원인을 추적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단면적 연구는 단 하나의 시점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이러한 시간 구조는 인과관계를 얼마나 잘 추정할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한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3. 무작위성과 대조군의 존재
세 번째 기준은 비교가 있는가, 그리고 그 비교가 무작위로 배정되었는가입니다.
가장 강력한 임상연구는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즉 RCT입니다.
이는 연구 참여자를 무작위로 실험군과 대조군에 배정해, 개입 효과를 가장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윤리적이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무작위 배정이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때는 비교군은 존재하되, 무작위는 아닌 준실험연구나, 아예 개입 없이 비교만 하는 관찰연구가 사용됩니다.
4. 연구 목적에 따른 구분
마지막으로, 연구 목적 자체에 따라 임상연구는 다르게 설계됩니다.
치료법의 효과를 입증하고자 한다면 개입 연구, 특히 무작위 대조 시험(RCT)이 적합하고,
질병의 원인을 찾고자 한다면 코호트 연구나 환자-대조군 연구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유병률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고자 한다면 단면 연구로 충분하고,
아주 드문 사례를 보고하려면 증례보고(Case Report) 같은 기술적 연구가 선택됩니다.
결론: 질문이 설계를 결정한다
결국 임상연구 설계는 연구자가 하고자 하는 질문에 따라 선택됩니다.
신약이 효과가 있는지 알고 싶은가요? 그렇다면 실험연구가 필요합니다.
흡연이 암을 유발하는지를 분석하고 싶은가요? 그건 관찰연구가 답입니다.
시간이 많고 자원이 충분한가요?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해볼 수 있겠죠.
반대로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만 있는가요? 그럼 후향적 연구를 설계해야 합니다.
연구 설계는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질문과 상황에 맞는 최적의 선택입니다.
그 선택을 돕기 위해 우리가 먼저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분류 체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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